(2016)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
이때와 지금은 환경이 달라 많이 다르지만,
뼛속까지 맥시멀라이프인 나를 다시 보고 심플하고 가뿐한 생활을 시작해보려고
오래 활동하던 블로그의 2016년 미니멀라이프 시작점의 포스팅을 다시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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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하기의 어려움
부끄러워서 펑하고 사라질 폴더를 결국 만들고 말았다.
모르는 사람들이 방문하는 불특정인 대상 블로그가 아닌,
지극히 사적이고, 공사로 아는 사람들도 들어오는 블로그에 포스팅을 하는걸 마음먹기 까지 쉽지 않았다.
솔직한 감정을 우루루 쏟아내 놀림거리나 걱정거리가 될 수도 있고 나를 이상하게 생각할거란 걱정에 망설였다.
열정없는 성격에 이렇게라도 기록해야 꾸준히 실천 할 수 있을 것이고 나보다 경험이 많은 사람에게 조언을 받고 싶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면 리프로젝트처럼 아주 작게라도 변화를 관찰할 수 있고 언제까지 이런 마음가짐으로는 계속 살 수는 없으니까
글 쓰는게 무섭지만 이건 일하는게 아니고 내 블로그에 내 이야기를 뱉어내는 정도의 수준이니까 포스팅을 시작한다.
멘탈 이상감지
돌이켜보면 그렇게 바쁜 기간이 많지 않았으면서 '바쁘다' 는 말과 '피곤하다' 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유난히 팔랑귀에 멘탈 약자인 나는 별것 아닌 일과 말에도 상처받고 자책했다.
중간 기말고사는 벼락치기만 해도 어느정도 점수가 나올 정도로 집중력 하나는 좋던 내가
어느순간부터 책을 봐도 읽히지 않고 일에도 제대로 집중하지 않으며 반 농담으로 ADHD냐는 소리까지 들었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지만 늘 만족감이 부족하고 내 능력에 비해 조금 버거운 프로젝트를 하면서
남 탓, 환경 탓하는 이상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걸 느꼈다.
원래도 예민했지만 바짝 예민해져서 신경 정신과를 검색하고 있고 시도때도 없이 나오는 눈물땜시 주변 사람들을 곤란하게 했다.
물론 지금 이상하고 자책하고 집중 못하고 시도때도 없이 질질 짜는 건 여전하다.
본격적인 버리기를 결심했다
새해가 되면서 프로젝트들이 마무리 되고 상대적으로 시간적 여유가 생겼고,
나도 본격적으로 정리하고 버려보기로 결심했다.
관련된 책을 사기도 빌리기도 하며 읽고, 영상.드라마.다큐 들을 찾아봤다.
집중도 (하) 수준으로 책을 읽고 이해되는 부분을 적용해 버리기를 시작했다.
물건을 정리하고 버리기도 중요하지만 버리면서 찾는다는 심적인 여유로움이 궁금했다.
어수선한 정리로 끝나는 주말 말고 진짜 쉬면서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나도 가져보고 싶었다.
팔랑귀 한때 바람일 수도 있지만 아무것도 안하는 것보다 나으니까 나도 따라 해봐야 겠다.
비우기를 시작한 사람들의 후기로는
살도 빠지고 좋은 일도 생겼고 쓰는 돈이 줄어서 통장잔고가 늘고 있으며
남의 시선 신경안쓰고 자기만의 행복을 찾았다고들 말하는데
난 살은 더 찌고, 좋은 일은 1도 없으며, 맘에 드는걸 다시 사느라 잔고는 늘 텅텅이고
여전히 누가 조금만 뭐라고 하면 눈물부터 쏟고, 인스타를 염탐하며 부러워한다.
버리고 정리하기 시작한지 3.5개월 정도 되었고,
버리는 과정 사진은 아주 가끔 찍어서 비주얼적으로 와! 할만한건 없다.
정리를 좋아하는 사람인 줄 알았고 버리라면 버릴게 없을줄 알았는데 착각이었다.
지금은 집이 조금은 쾌적해 졌구나 하는 정도와 물욕이 조금 줄어든 정도다.
1월 부터 버리고 정리했던걸 차분하게 문장을 고쳐가며 기록해야겠다.
누군가 나를 보면 의외로 빨리 헤엄치는 거북이 같다고 해서 말도 안되게 그런 제목으로 시작했다.
2016.1월
쓰레기를 버렸다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던 2015년 12월 말
필요없는 물건을 버리는 사진을 올리는 카페를 보면서 남들 물건 버리는데 이상하게 후련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요즘 미니멀라이프가 유행이라는걸 알았다.
'나는 유행에 동요하지 않겠어. 내 소중한 물건들을 잘 간직하고 보관해야지' 라고 말했지만,
소중한 것들만 모여있다고 확신했던 이케아 서랍 6칸을 열고 쓰레기가 될만한 것들을 골라 버리고 있었다.
20L 쓰레기 봉투 1/5 정도의 양이었다. 그리고 별차이 없이 서랍들을 다시 봉인했다.